영양상태는 만성신부전 환자의 삶의 질과 수명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하나입니다. 환자분들 중에는 식욕을 주체하지 못해 과식을 하여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무조건 적게 먹거나 특정한 음식은 절대로 안 먹는 경우도 있는데 이 또한 올바른 식습관이 아닙니다. 식이요법은 당뇨병의 유무, 소변량의 많고 적음, 그리고 혈압의 높고 낮음, 투석 방법 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인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염분을 제한합니다.
둘째,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은 요독 수치를 급격히 올릴 수 있으므로 한번에 과식하지 마십시오.
셋째, 과일, 생 야채 등 칼륨(포타슘, K)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을 제한 합니다.
넷째, 야채류는 가급적 데쳐 먹는 습관을 들이십시오.
다섯째, 소변량이 줄어들수록 마시는 물의 양도 줄여 가십시오.

결론적으로 만성신부전 환자의 식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하루 평균 염분 섭취량은 15~20그램으로 서양인의 10~12그램에 비해 많습니다. 과다한 염분의 섭취는 혈압을 올리고 몸이 붓게 하여 갈증을 유발하여 물을 더욱 많이 마시게 만듭니다. 만성신부전 환자에게 적당한 하루 염분 섭취량은 5그램 정도입니다. 차 숟가락 하나에 소금을 가득 담으면 약 3그램입니다. 대부분의 식품들은 자연 상태에서도 이미 어느 정도 염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음식을 조리할 때 소금이나 간장 등의 조미료는 아주 소량만 넣는 것이 좋습니다.그러면 염분이 특히 많이 들어 있으므로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곤란한 음식들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어육류 : 염장 어육류, 훈제품 (햄, 소시지, 핫도그 등), 통조림 어육류, 치즈, 건어육류, 젓갈류, 굴, 대합, 재치 조개, 바지락, 전복, 해삼, 미더덕, 해파리
채소류 : 채소 통조림, 채소 주스, 김치류, 장아찌류, 단무지, 미역, 미역 줄기, 다시마
곡류 및 기타 : 가루 수프, 캔 수프, 인스턴트 면류 (라면 등) , 간장, 저염 간장, 소금, 죽염, 된장, 청국장, 춘장, 고추장, 화학 조미료 (미원, 다시다 등), 소다, 베이킹 파우더, 스넥 식품 (콘칩, 포테이토칩)

염분 제한은 투석 전 단계의 신부전 환자나 혈압 조절이 잘 안 되는 혈액투석 환자에서는 특히 엄격하게 지켜져야 하지만 복막투석 환자의 경우에는 제수량이 적어서 몸이 잘 붓거나 혈압이 높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염분 제한이 비교적 덜하여 하루 8그램 정도의 염분 섭취도 무난합니다.

주의! 소금대용 식품은 칼륨 함량이 높으므로 피하도록 합니다.

투석 치료를 하기 전이며 소변량이 유지되는 경우는 수분 섭취를 강하게 제한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소변량이 유지가 안되고 투석 치료를 시작한 경우라면 수분제한이 필요합니다. 하루 소변량+500ml를 수분으로 섭취할 수 있습니다. 하루 수분 섭취량을 잘 지켜서 섭취한다면 투석간 체중 증가량도 적정한 범위에서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단백질의 기본 단위인 아미노산은 체내 각 조직을 합성하는데 이용됩니다. 이 중 필수 아미노산은 이들은 체내에서 생성되지 못하므로 반드시 일정량은 음식물로 섭취해 주어야 합니다. 한편 단백질의 최종 대사산물인 요소는 신부전 환자에서는 소변을 통해 배설되지 못하고 체내에 축적되어 요독증상을 일으키게 됩니다.그러므로 신부전 환자는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당량의 단백질을 매일 섭취해야 하며 그 중 반 이상은 필수 아미노산이 다량 포함되어 생물학적 역가가 높은 양질의 동물성 단백 식품, 즉 육류, 생선, 우유, 계란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하루 권장 단백질 섭취량은 투석을 하는지 여부에 따라 그리고 혈액투석을 하는가 복막투석을 하는가에 따라 다릅니다.투석전 단계에서는 소량의 소변 이외에는 달리 요독을 제거할 방법이 없으므로 단백 섭취를 대폭 줄여야 하는데, 이것을 양으로 표시하면 하루, 몸무게 1킬로그램 당 0.6그램 (0.6g/kg/일)입니다.그러나 혈액투석을 시작한 이후에는 단백질 섭취량을 두 배 가량 늘려서 몸무게 1킬로그램 당 1.2그램(1.2g/kg/일) 정도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합니다. 복막투석 환자의 경우에는 복막을 통해 하루 5~10그램 정도의 단백질이 유실되므로 혈액투석 환자보다 더 많은 양 즉, 몸무게 1킬로그램 당 1.5그램(1.5g/kg/일) 가량이 권장됩니다.

칼로리는 다시 말하면 에너지, 즉 힘이며 우리가 몸을 움직이며 살아갈 수 있는 연료입니다. 그러므로 칼로리 섭취가 부족하면 기운이 없고 체중이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신부전 환자에게 권장되는 하루 총 칼로리는 몸무게 1 킬로그램 당 35 칼로리 정도로 가령, 체중이 60 킬로그램인 환자의 경우, 35 칼로리 x 60 킬로그램 = 2,100 칼로리가 요구됩니다. 그러나 비만한 환자의 경우 체중 감량을 위해 계산값보다 250~500 칼로리 정도 적게 먹는 것이 좋습니다. 칼로리를 발생시킬 수 있는 재료로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있습니다. 신부전 환자들은 단백질을 통한 칼로리 섭취에 제한이 있으므로 대신 당질과 지방으로 칼로리를 보충해야 합니다. 특히 섭취하면 즉시 에너지원으로 이용될 수 있는 단순당이 많이 함유된 식품으로 설탕, 물엿, 잼 꿀, 젤리, 캬라멜 등이 있습니다. 물론 당뇨 환자에서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지방은 적은 양으로도 많은 칼로리를 발생시킬 수 있으며, 포화 지방산이 많이 함유되어 동맥경화증을 일으킬 위험성이 높은 동물성 지방보다는 식용유, 마가린 등의 식물성 기름이 좋습니다.그러므로 튀김, 구이, 볶음 등의 음식은 신부전 환자에게 권장할 만한 조리방법입니다.또한, 복막투석 환자의 경우 복막 투석액 안에 들어있는 포도당의 일부가 체내로 흡수되어 칼로리의 재료로 이용되므로 칼로리 계산시 포함시켜야 합니다.

칼륨(포타슘)은 근육 운동이나 심근 수축 등에 관여하는 전해질의 일종이며 신부전 환자에서 체내에 축적되어 요독으로 작용합니다.혈중 칼륨(포타슘) 치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하지 근육 감각 이상과 마비 증상이 나타나고 그 단계를 넘어서면 심장에 영향을 주어 치명적인 부정맥과 심장마비로 급사할 수도 있습니다. 혈청 칼륨은 3.5~5. mEq/L 가 정상치이며 신부전 환자는 가급적 5.5 mEq/L 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이 안전하며 부득이하게 칼륨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을 다량 섭취하게 되는 경우에는 장에서 칼륨배설을 증가시켜 주는 혈청칼륨억제제를 함께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혈청칼륨억제제는 간혹 처방 용량과 적합하지 않은 경우 심한 변비를 일으켜 오히려 칼륨이 더 올라가는 수도 있습니다.복막투석 환자의 경우에는 칼륨치가 올라가는 경우는 드물고 식사량이 적은 경우 오히려 칼륨치가 낮게 측정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칼륨 치가 지나치게 낮은 것 또한 장마비나 치명적인 심장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어 칼륨치가 높은 상황 못지 않게 위험합니다.

칼슘과 인은 뼈의 성분입니다. 신부전 환자에서는 신장에서 비타민 D의 활성화가 일어나지 못하므로 장내에서의 칼슘 흡수가 감소되어 체내 칼슘이 부족하게 되는 반면 인은 신장으로 배설되지 못하고 체내에 과도하게 축적됩니다. 이러한 상황을 보상하기 위한 방편으로 부갑상선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되면 뼈 속 칼슘이 혈중으로 뽑혀 나오게 되면서 신성 골이영양증이라는 뼈 질환이 발생합니다. 뼈가 약해지면 조그만 충격에도 쉽게 부러지고 어깨, 허리, 다리의 골 관절이 항상 쑤시고 아프게 됩니다.

한편 인 수치가 높아지면 피부가 몹시 가려워지고 심하면 피부 표면에 서리 모양의 하얀 침전이 덮히는 것이 보이기도 합니다. 안구의 흰 자가 맑지 않고 항상 충혈된 듯이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과다한 인과 칼슘이 혈액 내에서 결합해서 인산칼슘 침전이 형성되면 말초 동맥이 막혀 혈액순환이 안 되어 찬 물에 손발을 넣으면 통증이 생기며, 심하면 사지 괴사가 일어나 절단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완전식품이라고 하는 우유에는 칼슘도 많이 들어 있지만 인 또한 많이 들어 있으므로 하루에 한 컵(약 100cc) 이상 마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 외 단백질 식품에는 대부분 인이 많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단백질 섭취를 제한하면 인 섭취도 어느 정도 함께 제한이 됩니다.

대부분의 신부전 환자들은 음식물에 포함되어 있는 인이 장내로 흡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매 끼니마다 탄산칼슘이나 초산칼슘 정을 1~3개씩 복용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인 제거의 효과를 보려면 이러한 칼슘 제제는 가급적 식사 직후 소화된 음식물이 흡수되기 전에 먹어야 하며, 빈 속에 먹으면 인은 제거되지 않고 혈중 칼슘 치만 올라가게 됩니다. 칼슘 제제는 위장 장애도 심하게 일으키므로 복용 시간을 정확히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직장 회식 등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과식하게 되는 경우에는 칼슘을 1개 정도 더 복용하는 것도 지혜로운 일이며, 식사를 거르는 경우는 굳이 칼슘을 복용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